풀꽃나무 이야기

일상의 행복과 그 속에 숨은 행운, 토끼풀(clover) 이야기

모산재 2009. 10. 19. 01:24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답던 추억

생각난다 그 바닷가,
그대와 단둘이서 쌓던 모래성
파도가 밀리던 그 바닷가도
이제는 가버린 아름답던 추억

그대가 만들어 준 이 꽃반지,
외로운 밤이면 품에 안고서
그대를 그리네 옛일이 생각나
그대는 머나먼 하늘에 저별

음~~ 음음음~ 저별~

 

풀꽃처럼 풋풋한 사랑, 그 아련한 추억에 잠겨들게 하는 '꽃반지 끼고'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 70년대를 살았던 청춘들이라면 애잔하면서도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가수 은희의 노래를 들으며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아픔을 맑은 감성으로 승화시켰던 촉촉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토끼풀 하얀 꽃 두 송이를 긴 꽃줄기와 함께 뽑아 마주 걸고 사랑하는 이의 손가락에 다정히 매어 주었던 꽃반지, 그 어떤 값 나가는 반지가 그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반지만 아니라 때로는 여러 송이의 꽃으로 엮어 목걸이도 만들고,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네 잎짜리를 찾아 정성들여 책갈피에 눌러 두었다 코팅하여 선물하던 추억의 풀꽃이 토끼풀입니다.

 

클로버는 콩과식물이라서 토끼가 아주 잘 먹는 풀입니다. 공원의 잔디밭은 물론 도로변의 평탄한 풀밭, 토끼풀 줄기가 땅을 기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 동그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모습의 군락을 이루는데, 정말 토끼 몇 마리를 풀어 놓는다면 토끼들에겐 멋진 풀밭 위의 식탁이 되겠지요. 그래서 이 풀의 이름이 토끼풀이 된 듯합니다. 토끼풀은 처음엔 유럽에서 목초로 들여온 것이지만 이제는 산과 들로 널리 퍼져 귀화하면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주 흔한 풀이 되었습니다.

 

클로버(토끼풀)는 아일랜드의 국화인데, 아일랜드인들은 '샴록(Shamrock)'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흰 꽃을 피우지만 전통적인 농업국인 아일랜드에서 가축의 사료로 소중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카톨릭을 믿는 아일랜드인들에게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풀로서 존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에서 추앙받는 인물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인에게 성부-성자-성신 삼위일체를, 세 잎이지만 하나의 잎인 토끼풀로 쉽게 설명하여 카톨릭 복음을 전파하였다고 합니다.

영혼 불멸을 믿고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 켈트족 드루이드(Druids) 교도들은 희귀한 네잎클로버를 신성하였는데, 네잎클로버를 가지고 있으면 악마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드루이드 교도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네잎 클로버 대신 성부-성자-성신 삼위일체를 이룬 세잎 클로버가 악마와 마귀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준다고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클로버의 세 개의 작은잎은 애정-무용-기지를 나타낸다고 하고 네 개의 작은잎은 희망-신앙-애정-행복을 나타낸다고도 합니다. 특히 6월 24일 또는 그 전날 밤에 뜯은 네잎 토끼풀은 악마를 물리친다고 믿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일화,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날아온 총알을 피하게 돼 목숨을 건졌다는 '설'로부터 네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발견할 수 있는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하자, 언제부터인지 세잎 클로버는 '일상의 행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는데 참으로 다행스러운 '의미의 발견'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고 만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라는 것, '행운은 일상의 행복 속에 숨어 있는 것'임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일까요.

 

 

토끼풀의 꽃은 작고 흰 꽃이 모여 공 모양을 이루는데 각각의 꽃잎은 나비와 닮은 모양이다.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고 나면 꽃대가 땅으로 누워 씨앗을 땅에 떨어뜨리기 좋은 모습이 된다. 유사종으로는 붉은꽃이 피고 덩굴성인 붉은토끼풀, 노랑 꽃이 피는 노랑토끼풀이 있고, 그 외에도 선토끼풀. 노랑애기토끼풀 등 다양한 토끼풀이 있다.

 

 

 

 

↓ 2009. 09. 19.  남한산

 

 

 

 

 

 

● 토끼풀 Trifolium repens | clover ↘  장미목 콩과 토끼풀속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30cm이다. 포기 전체에 털이 없고, 땅위로 벋어가는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고 잎이 드문드문 달린다. 잎은 3장의 작은잎이 나온 잎이며 잎자루는 길이 5∼15cm로서 길다. 작은잎은 3개이지만 4개가 달린 것도 있으며 거꾸로 된 심장 모양이고 길이 15∼25mm, 나비 10∼25mm이다. 끝은 둥글거나 오목하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턱잎은 달걀 모양 바소꼴로서 끝이 뾰족하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피고 긴 꽃줄기 끝에 산형꽃차례로 달려서 전체가 둥글다. 꽃자루는 길이 10∼20cm이고 꽃받침조각은 끝이 뾰족하다. 꽃은 시든 다음에도 떨어지지 않고 열매를 둘러싼다. 열매는 협과로서 줄 모양이고 9월에 익으며 4∼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