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눈 쌓인 골짜기에 앉은부채 찾으러...

모산재 2008. 3. 2. 21:46

며칠 내게 주어진 시간

지친 몸과 마음을 서늘한 바람 속에 헹구고 싶어집니다.

 

얼어붙은 골짜기 속에 봄소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배낭을 메고 남한산성 골짜기로 오릅니다.

 

그러나 골짜기의 입구부터

꽁꽁 얼어붙은 풍경들만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으련만

돌멩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았을 누군가의 마음이

내 마음에도 깊게 깊게 전해집니다.

 

손바닥을 마주 하지는 앉았지만 마음속 합장도 해 보았습니다.

 

 

 

부처님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오른

산성이 멀리 보이는 넓은 골짜기,

 

바람이 얼음장처럼 찬데 잔설은 안제 녹을지도 모르는 풍경인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생명의 흔적은 보이지 앉습니다.

 

불염포 속에 부처님이 앉은 듯한 앉은부채가 많이 자라는 곳인데...

 

 

 

골짜기를 따라 다시 되내려가며

부처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살펴보아도

보이는 것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들의 풍경뿐입니다.

 

  

  

      

 

 

그냥 저 서늘한 빙질의 매력에 한동안 마음을 맡겨 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해에 만났던

다른 골짜기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길이 아닌 산기슭을 가로질러 숲속으로 들어섭니다.

 

아직 황량한 숲속,

이런 털깃털이끼만 생명의 푸르름을 보여 줄 뿐입니다.

 

 

 

 

이것도 깃털이끼 종류일 텐데...

 

 

 

기대했던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온통 눈밭입니다.

 

한참이나 두리번거리며 찾았지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서려는데

 

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듯한 불염포의 싹이

눈속에 살짝 내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불염포가 펼쳐지지 않아

아직 부처님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세상 환히 열리는 날 멀지 않음을 확인하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눈덮인 골짜기를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