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영남 알프스, 재약산에서 하늘억새길 따라 죽전마을까지

모산재 2014. 12. 3. 18:13

 

영남알프스 산행을 하기 위해 조, 강 두 친구와 새마을호를 타고 밀양에 내린 것은 새벽 3시.

 

역 앞 거리의 어느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표충사 입구에 도착한다.

 


5시, 아직도 동이 트려면 한 시간 반쯤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깜깜한 골짜기를 헤드랜턴으로 밝히며 매표소를 들어선다. 여느 때 같으면 문화재관람료를 내지 않아서 기쁠 듯한데, 이번은 그게 아니다. 표충사는 처음 와 보는 곳이기 때문...

 

 

 


한번쯤 처음 둘러보고 싶었던 절, 표충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겨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어도 볼수 없어 그냥 지나자니 아쉬움이 크다.

 

 

표충사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오로지 불빛에 드러나는 눈 앞의 길만 따를 뿐...

 

 


 

계곡 건너편 산허리를 한참 올랐을 때에야 비로소 주변 풍경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오르게 될 재약산(載藥山)은 밀양시 단장면에 있는 산. 최고봉인 1,119m 높이의 사자봉은 일제시대에 붙여진 천황산으로 불리고 중간의 수미봉(1108m)을 따로 재약산이라 부른다. 신라 왕자가 이곳에서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나아 약이 실린 산이라 하여 재약산이라 하고 영정사(靈井寺)라는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한다.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억새 능선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산이다.

 

 

 

바위를 돌아 오르고 너덜지대를 돌아오르니 건너편 산의 윤곽도 잡힐 만큼 날이 새었다. 표충사에서 사자평으로 오르는 건너편 골짜기 절벽의 임도가 위태롭게 걸려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자 다시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 잎을 떨궈버린 나무줄기들 사이로 건물 한 채가 보인다.

 

 

 

 

이 깊은 골짜기에 무슨 집일까...? 

 

잠시 집을 비운 것인지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집 뒤편 골짜기는 암벽 사이에 폭포를 이루고 있다. 갈수기라 물이 없지만, 여름이라면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가 정말 시원스럽게 들릴 듯하다.

 

 

 

집 앞에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 멀리 골짜기 건너편도 절벽, 그야말로 절벽으로 둘러싸인 동천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이 골짜기를 옥류동천이라 하고 사자봉(천황산)으로 오르는 계곡을 금강동천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건물이 설마 사찰의 암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세상과 멀리하고 숨어사는 사람이 사는 민가로만 알고 지나쳤다. 

 

조계종에 속한 암자라는 걸 안 것은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이다.

 

 

 


그러구러 걷다보니 어느 새 능선부로 올라선다.

 

집터인지 무너진 블럭담과 쌓아올린 돌탑이 보이고...

 

 

 

 

 

올라서서 돌아보니 '대한불교 조계종 적조암 600m'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적조암은 사잇길로 찾아가는 따로 있는 암자인 줄 알았다. 아까본 그 골짜기의 작은 집이 설마 적조암인 줄 어찌 알았으리...

 

 

 

 


공터로 남은 이곳이 바로 고사리분교터라고 한다.

 

 

 

산동초등학교 고사리분교! 이름도 정겹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1966년에 개교하여 만 30년만인 1996년 3월 1일에 폐교되었단다. 30년 동안 배출한 졸업생은 36명이라니  해마다 한 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던 모양이다. 

 

해마다 한 명 이상의 아이가 입학할 정도로 사자평에는 제법 민가가 형성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고사리마을에는 1990년대까지 등산객들에게 민박을 제공하고 음식을 팔기도 했다 한다.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진다. 

 

 


억새길로 들어선다.

 

 

 

 

억새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걷는 길이 계속 이어진다. 사자평 속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그리고 그 속에 열리는 평평한 억새밭.

 

억새밭 끄트머리 소나무 아래에 건물 지붕 하나가 보인다. 무슨 집일까...

 

 

 

이제 재약산까지는 1.3km...

 

 

 

 

 

멀리 보이는 능선을 코끼리 능선이라 부르는데, 맨 오른쪽 산이 코끼리봉이다.

 

 

 

재약산을 오르다 굽어보는 사자평!

 

사자평 고원은 해발 800m에 펼쳐진 무려 4.1㎢(약 12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평원이다. 아프리카 초원처럼 넓어 백수의 왕 사자가 거느릴 만한 평원이라 해서 사자평(獅子平)이라 부른다고 한다. 초원의 상당 부분은 늪지여서 산들늪이라 부르기도 한다.

 

태백산맥 고위평탄면에 형성된 선자령의 평원과는 또다른 풍경, 이 땅에 이렇게 넓은 고산평원이 또 있겠는가.

 

 

 

 

 

 

 

 

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세는 급하다.

 

 

 

 

쓴풀이라 추정되는 풀의 겨울나기가 눈에 띄고...

 

 

 

다시 한번 사자평을 돌아본다. 멀리 울을 두른 간월산 등 영남알프스의 산군들...

 

 

 

 

 

마침내 시야에 들어오는 재약산 정상!

 

 

 

모든 생명들이 엎드린 자리에 꽃을 피운 쑥부쟁이...!

 

 

 

사자평을 한번 더 바라보고...

 

 

 

 

재약산 정상에 이른다.

 

 

 

재약산 정상!

 

 

 

재약산 정상의 높이는 1108m, 우리 동네 황매산과 높이가 꼭 같다(그런데 1119m로 표기된 지도가 많다). 그런데 황매산만큼 높은 느낌도, 장엄한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저 너른 사자평 때문일까...

 

공식적으로 이 봉우리는 재약산의 한 봉우리인 수미봉이고 재약산 정상은 지금 천황산이라고 부르는 사자봉(1189m)을 가리킨다. 천황산은 일제가 붙인 이름으로 재약산의 정상 주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제를 청산하는 의미에서도 이 표지석을 재약산 수미봉으로, 천황산을 재약산 사자봉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재약산을 넘어 천황산쪽으로 가는 길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재약산 최고봉인 사자봉(1119m). 하지만 사람들은 일제시대에 붙여졌다는 이름인 천황산으로 부르고, 수미봉과 사자봉 사이의 고개(표충사에서 주암마을로 넘는 고개)를 천황재라 부른다. 

 

 

 

 

 

 

간이음식점이 보이는 천황재. (고개 이름도 바꾸어야 되는 것 아닐까...)

 

 

 

사자봉 가는 길은 생략하고 주암삼거리와 사자평을 지나 죽전마을까지 가기로 한다.

 

 

 

하늘억새길, 사자봉에서 신불산에 이르는 고산 능선의 억새밭 풍경을 보며 걷는 길에 붙인 이름이다. 

 

 

 

 

 

 

주암삼거리에는 간이매점이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막걸리가 있어서 한 잔 했으면 좋으련만...

 

도토리묵에 저 해초가 참 맛깔스러웠다. 이름이 뭐였는지 까먹어버린 것이 유감이다.

 

 

 

사자평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런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다 보인다.

 

 

 

 

죽전마을, 신불산 쪽으로 가는 길.

 

 

 

 

 

돌아본 재약산(수미봉)

 

 

 

 

신불산으로 가는 능선길...

 

 

 

 

잠들고 있는 용담꽃

 

 

 

능선부도 억새밭

 

 

 

 

멀어지는 수미봉

 

 

 

 

 

 

흐릿한 내 속에 잠긴 간월산과 신불산. 앞으로 배내천이 흐르는 골짜기가 내려다보인다.

 

 

 

오른쪽 아래로 펼쳐지는 산들늪 습지.

 

 

 

 

재약산으로부터 지나온 능선 풍경

 

 

 


 

재약산 아래로 펼쳐지는 드넓은 산들늪 습지보호지역. 

 

이곳 땅 주인은 표충사라는데, 2008년 람사총회를 앞두고 표충사에서 자발적으로 지정을 요청하고 주도하면서 2006년 환경부에 의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산들늪에는 고산습지의 지표종인 진퍼리새, 오리나무 등이 습지주변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 2급인 삵과 버들치가 서식하고, 복주머니난과 큰방울새난 등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경작지였던 듯 논둑의 형태가 어렴풋하게 나타나고 있다.

 

 

 

 

죽전마을, 배내천으로 내려서는 급경사길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는 급한 능선길을 내려서면 이내 마을에 이른다.

 

 

 

 

 

배내천이 흐르는 죽전마을.

 

고도가 낮아서인지 배내천 주변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한창이다.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고단한 산행의 노고를 삼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달랜다.

 

 

 

 

재약산 등산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