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지리산 한신계곡 (1) 꽃무릇 길 따라 첫나들이폭포까지

모산재 2011. 11. 2. 16:29

 

지리산으로 떠나자. 아직 단풍이 들기에는 이른 시기지만 아침 저녁 제법 선들해진 가을 바람에 불현듯 마음에 동요가 일고 집을 나서고 싶어졌다.

 

으레 다니던 한신계곡으로 올라 세석산장에서 하룻밤을 자고 천왕봉을 오른 후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택한다.

 

백무동에 도착하니 9시쯤 되었다. 깊은 산속, 아침 기온은 썰렁하여 긴 팔 윗옷을 입었지만 한기가 파고든다.

 

등산로에 접어들기도 전에 활짝 핀 붉은 꽃무릇이 눈에 띈다. 어느새 꽃무릇 피는 깊은 가을에 들어섰다.

 

 

 

싸리냉이(싸리황새냉이) 가을형 어린풀이 자라고 있어 담아 보았다.

 

 

 

1박 2일의 시간을 바쳐 산책할 공원 탐방로

 

 

 

첫나들이폭포까지는 2km. 시원스레 울리는 한신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넓고 평탄한 길을 20~3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이 길은 1963년 어느 벌채업자가 벌목 허가를 받고 무차별 벌목을 하며 목재 운반을 위해 만든 산판도로였다고 한다.

 

지루하기 십상인 이 길, 화려한 꽃무릇이 피어 있어 심심치 않다. 언제 심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2년 전에 비해서 분포지가 많이 넓어진 느낌이다.

 

아침햇살이 숲 사이로 스며들어 신비함조차 느껴진다.

 

 

 

길 아래 비탈에 핀 가시여뀌 작은 꽃들이 아침 한기 속에서 점점이 보석처럼 빛난다.

 

 

 

 

꽃무릇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인 것은 처음. 그래서 자꾸만 멈춰 서서 렌즈를 들이댄다.

 

 

 

 

가을산 등산로엔 산박하 꽃이 가장 흔한 법인데, 산박하는 어디로 갔는지 오리방풀만 보인다.

 

 

지리산의 오리방풀은 잎의 길이보다 너비가 더 길어 지리오리방풀로 불린다는데, 이 오리방풀에는 그런 뚜렷한 특징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노각나무 수피. 매끈한 피부와 아름다운 무늬가 자꾸 눈길을 붙든다.

 

노각나무와 수피가 닮은 나무를 들라면 모과나무, 백송, 플라타너스(버즘나무)가 그 답이 될 것이다. 

 

 

 

이곳에 박달나무가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수피가 덮인 줄기에는 껍질이 일어나고 있다.

 

 

 

등산로 옆 습한 언덕에 자라는 꼬마 갈퀴. 산갈퀴일까 가는네잎갈퀴일까... 헷갈리는데 가는네잎갈퀴로 보기로 한다.

 

 

잎이 길고 열매는 2개씩 합쳐진 모습은 둘이 비슷하지만, 가는네잎갈퀴는 좀더 왜소하고 둥근 열매에 털과 돌기가 없는 특징으로 구별된다. 산갈퀴가 꽃이 연한 녹색인 데 비해 가는네잎갈퀴는 흰색인 점으로도 구별된다.

 

 

 

숲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에는 서늘한 가을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드디어 첫나들이폭포에 도착한다.

 

첫나들이폭포는 등산로만 따라가다 보면 놓치기 십상이다. 백무동에서 평탄한 길을 따라 걷가가 처음으로 계곡 본류를 만나는 지점, 넓은 공간이 나타나며 계곡의 너럭바위가 펼쳐진 곳, 그 아래에 폭포는 숨겨져 있다.  

 

한신계곡을 건너는 첫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아래로 흘러내린 물이 굽이지다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 

 

 

 

 

 

폭포가 흐르는 한쪽 암반을 타고 내려서면서 바라보는 폭포는 일부밖에 볼 수 없다. 폭포 아래에서 바라보는 폭포수가 더욱 장관이라는데, 안타깝게도 접근하는 길이 없다...

 

20여 개의 물줄기가 바람에 흩날리면서 물안개를 피워올리기도 한다는데, 그런 환상적인 모습으로 이 폭포는 바람폭포로도 불리고 있다.

 

 

 

 

한신계곡을 가로지르는 첫 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폭포의 상류. 패어진 암반 고랑으로 힘차게 흘러내리는 이 물줄기가 폭포로 흘러내린다.

 

 

 

 

 

첫나들이폭포는 백무동계곡과 한신계곡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신계곡은 세석평전이 있는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에서 발원한 물이 백무동까지 흘러내리며 만든 골짜기다. 그래서 백무동에서 세석에 이르는 계곡 전체를 한신계곡이라 부른다. 그러나 백무동에서는  백무동에서 첫나들이폭포까지는 백무동계곡이라 부르고, 첫나들이폭포에서부터 세석까지를 한신계곡이라 구분하여 부른다고 한다.

 

 

다리를 건넌 다음 첫나들이폭포 위쪽에서 만나는 계곡 풍경

 

 

 

 

한신계곡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유래가 전하고 있는데, 어느 것이 정설인지 불분명하다.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데 한다 해서 한신계곡(寒身溪谷)이라 한다는 설도 있고, 옛날 중국의 장수 한신이 몸을 피했던 곳이어서 한신계곡(漢信溪谷)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신라 화랑 한신이란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그래서인지 화랑골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락국 마지막 왕 구형왕이 몹시 믿고 총애했던 신라 화랑 한신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으로 오르다 급류에 휩쓸려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 후 비가 내리면 혼령들의 꽹과리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이 계곡은 세석으로 이어지는 주곡에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지곡이 있다. 장터목 길은 현재 폐쇄되어 있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배풍등이 올해에도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계곡물이 아름다워 자꾸만 놀고 싶어진다.

 

 

 

 

작년(2010년) 국가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이 된 한신계곡,

 

오르는 길 한층 여물어진 듯 서늘하게 흐르는 계곡물 구경하기에 즐거움이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