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울릉도 (7) 행남봉에 올라 바라보는 도동 · 저동의 절경

모산재 2011. 5. 13. 20:09

 

자고 일어난 아침, 섬을 삼킬 듯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환한 햇살이 비쳐든다. 어제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성인봉을 넘어 나리분지 야생화도 탐사하고 섬목에서 내수전까지 멋진 트레킹도 즐겼을 것을...

 

어제 육지에서 배가 들어왔어야 그 배를 타고 육지로 오늘 나갈 수 있을 텐데, 연락해 준다던 여행사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다. 오전 배를 타고 나가라며 오후 배는 기약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연락이 올 때까지 마냥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는 처지...

 

울릉도를 찾은 목적 자체가 망가져버렸지만, 이보다 더 화창할 수 없는 날씨가 아까워 울릉군청 옆으로 난 해안 등산로를 오른다. 

 

비바람에 씻긴 말간 얼굴로 다가서는 도동의 표정을 100mm 렌즈로 먼저 담는다.

 

 

 

군청 옆 밭 언덕길로 올라서자 살갈퀴들과 광대나물이 분홍빛 꽃을 피우고 있다.

 

급경사를 이룬 울릉도의 산간지대 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모노레일이 짐을 실어 올리고 있다. 아마도 무슨 공사를 하는데 사용할 모래인 듯하다.

 

 

 

건너편 성인봉 등산로의 출발점이 되는 KBS 중계탑이 보인다. 4년 전에는 저곳을 지나 성인봉을 올랐는데, 오늘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다.  

 

 

 

섬댕강나무와 섬개야광나무 자생지가 있는 고개를 넘어선다. 자생지는 절벽을 이룬 지역이라 접근차 어려워 그냥 지나친다. 

 

비탈밭에서 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나리분지 외엔 평지가 거의 없는 울릉도에는 이렇게 급경사를 이룬 해안 골짜기의 비탈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다. 경운기 같은 동력기를 쓸 수 없는 지형이라 모노레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분꽃나무와 우산고로쇠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절벽 그늘에는 더러 선갈퀴들이 하얀 꽃들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담으며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을 향한 능선으로 오르자 두 개의 뿔이 바다를 향해 솟아나온 듯한 도동항과 건너편 망향봉이 한눈에 펼쳐진다. 더 이상 푸를 수 있을까. 쪽빛 바다와 초록빛 산들이 이루는 원색의 풍경에 가슴조차 시원해진다.

 

 

 

 

좁은 골짜기로 늘어선 도동 마을 풍경도 산뜻하게 펼쳐지고...

 

 

 

 

당겨서 본 망향봉

 

 

 

그리고 지금 오르고 있는 정상의 바위 능선의 멋진 풍경들...

 

 

 

 

 

 

능선의 동쪽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며 저동항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맨 뒤 섬목에서 이어지는 관음도가 살짝 보이고, 그리고 오른편으로 울릉도의 가장 큰 부속섬인 죽도가 나타난다.

 

여름 성수기에나 관광객들에게 열리는, 사방이 절벽으로 된 섬이다. 한때는 목축을 하였던 섬.

 

 

 

가까이 당겨서보는 풍경 속에 저동항과 촛대바위, 북저바위, 죽도, 관음도가 모두 모습을 나타내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씨에 어제 성인봉을 넘거나 섬목-내수전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환상적이겠는가. 안타까운 일이다.

 

 

 

여행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오후 3시반에 배가 나간단다.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빨리... 결국 이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울릉도 여행은 다소 허무하게 끝나게 되었다.

 

오늘 날씨가 이렇게 환해진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밖에...

 

 

저동항 방향의 바다 전경

 

 

 

그리고 시계방향으로 방향을 돌리면 행남등대가 남쪽 바다 방향에서 나타난다.  

 

 

 

행남등대로부터 도동항 사이의 해안에는 아름다운 해안길, 행남해안산책로가 있다.

 

 

 

살구나무 마을이 있던 행남, 그 뒷산 행남봉에는 살구꽃이 아니라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내가 살면서 본 복사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복사꽃.

 

그 복사꽃을 바다를 배경으로 담고 있는데 하얀 물살을 거느리고 들어서는 배 한척...

 

 

 

마침 묵호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여객선 한 척이 도동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세 시간 뒤, 아마도 저 배를 탐으로써 < 2박 1일>의 울릉도 여행은 끝나게 되는 모양이다. 

 

점심 식사도 해야 하고, 가예약을 해둔 배표도 바꿔야 할 처지라 바쁘게 다시 왔던 길을 되내려간다. 쨍쨍하게 내려쬐는 햇살을 후끈 느끼며 발길은 아쉬움으로 머뭇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