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성 한 바퀴 돌며 가을 풀꽃을 만나다

모산재 2010. 10. 16. 00:24

 

 

추석을 맞아 고향집을 다녀온 뒤에 참으로 오랜만에 남한산성을 오른다. 몇  년간 수없이 오르내리며 심드렁해진데다 지난 여름 유난히도 무덥고 비가 많아 산행도 뜸해지면서 자연 남한산성과 멀어졌다. 

 

 

 

추석날 비가 온 뒤에 기승을 부리던 늦더위도 한풀 꺾이고 햇살은 부드러워졌고 바람은 선선해졌다. 이제 9월말에 접어들었으니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었을 가을꽃이 새삼 그리워진다. 무엇보다 지금쯤 반그늘의 풀밭에서 앙증스레 피고 있을 병아리풀 꽃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렌즈를 갈아끼기 귀찮아 그냥 100m 접사렌즈만 장착하고 집을 나선다. 산성역에서 나오다 머루처럼 잘 익은 담쟁이덩굴 검푸른 열매를 담고선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으로 오른다. 주말이어선지 차들이 많아 좀 밀린다.

 

 

 

 

 

 

북문으로 들어서서 서문을 지나 남문까지 성벽길 따라 돌기로 한다.

 

 

 

 

누군가 솔숲이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안면도 솔숲만 떠올리고 다른 곳은 딱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 왜 이곳의 솔숲길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북문에서 수어장대까지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솔숲은 참 아름답다. 100m 랜즈로 솔숲 풍경을 담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산성 여장 위에 뿌리를 내리고 이삭을 올린 강아지풀이 귀여워서 눈맞춤했다.

 

 

 

 

 

 

 

 

 

9월초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는 남한산성에도 군데군데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지고 이처럼 아름다운 적송은 줄기가 꺾여서 내동댕이쳐져 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찾았는데, 병아리풀이 군집을 이루어 자라던 언덕에는 아무 것도 없다. 눈에 잘 안 띄는 워낙 작은 풀이라 샅샅이 살펴보지만 어쩌면 한 개체도 보이지 않는다.

 

 

 

그늘이었던 곳이 볕이 환하게 들어오는데, 보니 바로 앞의 소나무들이 꺾이고 쓰러져 뻥 뚫렸다. 태풍 곤파스가 남긴 상처다. 게다가 쓰러진 나무들을 잘라 이곳에 쌓아 두었던 것인지 솔가지와 솔잎의 잔해들이 군데군데 널려 있다. 이런 환경에서 병아리풀이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안타깝다.  

 

 

 

 

 

풀고사리 위에 날개를 펼치고 앉은 나방 한 마리.

 

 

 

 

 

 

 

 

 

기나긴 여름비와 태풍의 영향 탓인지, 이 계절이면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보이는 꽃은 탐스러움이 사라졌고 화려한 색감도 잃었다.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나도송이풀, 투구꽃(그늘돌쩌귀), 방아풀, 산박하, 물봉선, 신감채, 흰바디나물, 나비나물, 진득찰 등은 거의 꽃밭이라 할 정도로 덤불을 이루며 풍성하게 피었는데, 지금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까실쑥부쟁이

 

 

 

 

 

 

 

 

 

나도송이풀

 

 

 

 

 

 

 

 

 

방아풀

 

 

 

 

 

 

 

 

 

산박하

 

 

 

 

 

 

 

 

 

서양등골나물에 앉은 이 곤충은 파리 종류일까, 벌 종류일까...

 

 

 

 

 

 

 

 

 

흰바디나물

 

 

 

 

 

 

 

 

 

 

 

성벽에는 아직도 큰꿩의비름 꽃이 남아 있어 반갑다.

 

 

 

 

 

 

 

 

 

소나무에 동고비 여러 마리가 시끄럽게 지저귀며 놀고 있다. 욘석은 나무줄기와 담장을 가리지 않고 위 아래로 자유자재로 걷는 재주가 있다.

 

 

 

 

 

 

 

 

 

서양등골나물 

 

 

 

 

 

 

 

 

 

투구꽃(꽃자루에 털이 있는 것을 그늘돌쩌귀라 부르기도 한다.)

 

 

 

 

 

 

 

 

 

테풍 곤파스는 이렇게 참나무의 가랭이도 찢어 놓았다.

 

 

 

 

 

 

 

 

 

붉은 가지들이 용틀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담아 보았다.

 

 

 

 

 

 

 

 

 

세잎쥐손이 꽃, 손톱보다 작은 꽃이지만 이렇게 들여다보면 참 아름답다.

 

 

 

 

 

 

 

 

 

그 무성하던 물봉선 꽃도 드문드문 보인다. 그렇게 흔하던 노랑물봉선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큰닭의덩굴. 윗쪽에는 하얀 꽃이 남아 있고 아래쪽에는 열매가 달렸다. 꽃을 발견하고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녀석이다.

 

 

 

 

 

 

 

 

 

털진득찰

 

 

 

 

 

 

 

 

 

나비나물

 

 

 

 

 

 

 

 

 

 

 

꽃며느리밥풀은 이미 꽃은 다 져 버리고 이렇게 열매만 남았다.

 

 

 

 

 

 

 

 

 

성벽에 뿌리를 박은 개쑥부쟁이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랏빛 꽃을 피웠다.

 

 

 

 

 

 

 

 

 

도꼬마리

 

 

 

 

 

 

 

 

 

예전엔 자주쓴풀도 종종 보였는데, 오늘은 만나지 못한다.

 

 

 

 

 

남문에 이르렀을 때 해가 두어 발이나 남아 있었지만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좀더 가서 묏등 언덕을 가볼까도 싶었지만...

 

 

 

 

 

약사사 계곡으로 내려오다. 예전과 달리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다.  

 

 

 

 

  

 

 

 

유원지로 내려오는 길, 아직은 이른 가을인데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하늘을 보니 느티나무가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 줄기 가운데 윗부분의 가지들이 모두 잎을 떨구었는데, 아래쪽 가지는 봄처럼 신록의 새잎을 달고 있다. 무슨 현상인지...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로 내려서니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야외무대에 늘어서서 악기를 연주하며 함께 부르는 노래. 40~50대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일깨울 만한 경쾌한 노래가 골짜기를 가득 채운다.

 

 

 

 

 

 

 

 

 

 

절로 신명이 나는 음악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흥겹게 춤을 춘다. 

 

 

 

 

참 괜찮은 자리다 싶은데, 무대 뒤 플래카드를 보니 '7080 뭉게구름'이라는 이름 옆에는 '한국자유총연맹'이 적혀 있다. 아쉬움이다. '반공연맹' 시절의 남북대결 의식을 아직도 탈피하고 있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람들을 흥겹게 묶어 주는 것처럼 북에 대해서도 대결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화해를 위한 따뜻한 가슴과 큰 몸짓을 보여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