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속리산의 봄꽃 산책 / 현호색, 깽깽이풀, 꽃다지, 버들, 솜나물, 뿔나비

모산재 2009. 4. 20. 23:25

아침이 환하게 밝았습니다.

 


세 시간쯤이나 잤을까 싶은데,

아이들의 왁자한 소리에 억지로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엊저녁 아이들의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난 야심한 시간

작은 해방감에 우리들도 함께 모여 새벽까지 소주잔 기울이며 정담에 빠져들었지요.

 


뿌둥한 몸 추스리기 위해 래프팅 코스를 따라 한 바퀴 가벼운 달리기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한 뒤에 래프팅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사진도 찍고 하다가

아무도 찾지 않는 산 속에서 몰래 피어나고 있을 풀꽃들을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가야할 곳은 어제 너무 늦어 그만두었던 뒷산 너머 골짜기...

 

 


골짜기 입구로 들어서니 따스한 햇살에 기운을 받은 뿔나비들이 연신 날아다닙니다.

 


이제 펼쳐진 이른 봄에 무슨 일인지 한쪽 날개 가장 자리가 많이 뜯겨 나간 모습입니다.

 


 

 


가파른 골짜기를 힘들게 올라가 보았지만

이제 갓 피기 시작한 현호색이 띄엄듸엄 보일 뿐 숲속은 아직도 겨울이나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능선으로 올라서자 솔숲아래 화사하게 핀 진달래꽃이 맞이합니다.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엔 구름을 닮았대서 구름버섯이라고 하는 운지버섯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진한 몸으로 능선으로 올라섰는데 높은 울타리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울타리 너머 방대한 골짜기 숲에는 대단위로 약초를 재배하는 모양입니다.

 


별수없이 능선을 따라 하산하다가 꽃이 져 가는 노루귀를 만나서 눈맞춤하고, 

 


 

 


들로 이어지는 산발치에서 다시 깽깽이풀을 만납니다.

 


아직도 갈색 낙엽만 가득한 산언덕에 햇살을 반사하며 하늘거리는 연보라 꽃송이는 정말 환상입니다.

 


 


 

 


도로를 건너 맞은 편 골짜기로 들어섭니다.

 


이것은 그냥 냉이로 보면 될까요.

 


 

 


이 이끼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눈밭의 따스한 볕이 내리는 곳에서 피기 시작한 꽃다지,

이보다 더 아름다운 봄빛을 가진 꽃은 무엇일까요.

 


 

 


버들에 꽃이 피었습니다.

 


 


 


 

 


무슨 포즈인지...

자신을 닮은 낙엽에 매달린 뿔나비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꽃이 보이지 않는 이 풀, 제비꽃이지 싶은데 정체는 무엇일까요. 잎 모양이 낯섭니다. 아욱제비꽃?

 


 

 


골짜기를 더 올라보아도 별다른 식생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점심때도 다가오니 돌아가야 할 듯하여 발길을 돌립니다.

 


무덤이 있는 언덕에서 꿩의밥, 할미꽃, 솜나물들과 잠시 눈맞춤하고...

 


    

 


 


 


 

 


이것은 배추인지 유채인지...

 


 

 


길가 언덕엔 꽃마리들이 좁쌀만한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봄햇살 닮은 꽃잎을 엽니다.

 


 

 


늦은 오후 다시 숙소 근처 산길을 돌아봅니다.

 


깽깽이풀은 자주 만나게 됩니다.

 


 

 


백당나무는 푸른 싹을 내밀고 있는데

 


 

 


마 열매는 원반 모양의 씨앗을 담은 채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건너편 산에 유난히 화려한 꽃을 피운 깽깽이풀이 군락을 이루었는데

자생지 보호를 위한 것인지 울타리가 쳐져 있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개미라는 녀석들이 깽깽이풀의 씨앗을 좋아해서

일렬로 물고서 이동을 하다가 떨어뜨린 곳에서 싹이 나고 자라

깽깽이풀은 일렬로 늘어선 모양으로 자라는 모습이 흔하다고 하더니

과연 그런 듯합니다.

 

 


깽깽이풀은 원도 없이 만나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