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박이 박주가리과임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덩굴식물인 박주가리와 곧게 서는 산해박의 이미지 사이에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넓고 둥근 잎을 가진 박주가리와 외떡잎식물처럼 좁고 긴 잎을 가진 산해박이 어떻게 핏줄이 가까운 친척이란 말인가. 그러나 모양만 다를 뿐 마주나는 잎이나 길쭉하게 달리는 열매를 보면 박주가리와 아주 닮았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산해박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이 피는데, 꽃이 진 다음에 성숙한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산해박의 열매는 골돌과로서 뿔처럼 길고 뾰족한데, 길이 6~8cm 지름 6~8mm로서 울퉁불퉁한 박주가리와는 달리 표면이 바나나처럼 매끈하다. 늦은 가을에 접어들면 열매는 세로로 갈라지고 그 속에 있던 깃털을 단 무수한 씨앗이 바람을 타고 널리 퍼진다.
박주가리는 마을 주변 울타리나 산이나 들 언덕에 워낙 흔하게 자라지만, 산해박은 서식지가 보다 제한적이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산해박은 박주가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드는 무덤가나 산언덕의 풀밭에서 잘 자란다.
산해박 꽃
산해박의 잎
온라인에서 산해박의 열매 이미지는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다. 산해박이 지천인 서식지를 종종 관찰했지만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본 것은 아래 사진에 보이는 딱 한 녀석이다. 꽃이 지고 나면 달리는 열매가 별로 많지 않거니와 달리더라도 금방 떨어져 버린 탓일지 모른다.
어쨌든 이 열매를 보고서야 산해박이 박주가리과임을 실감한다.
산해박 열매
가을에 보이는 박주가리는 대개 아래처럼 열매는 보이지 않고 단풍든 날렵한 잎사귀만 달고 있는 모습이다.
나중에 위에서 본 박주가리 열매를 다시 찾았다.
마침 열매를 붙들고 씨방을 터뜨린 채 털씨앗을 날려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씨앗들이 봄비를 맞으며 새로운 생명들로 태어나 자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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