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만날까 싶어 남한산성을 올랐는데...
2007. 02. 12
내가 자주 찾는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에는 꽃바람이 불었다.
새해초부터 복수초 꽃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지금 게시판엔 하늘하늘 흰눈 같은 변산바람꽃에다
쫑긋쫑긋 분홍 노루귀가 꽃밭을 이루었다.
까치무릇이라고도 하는 산자고까지도 인사를 했다.
따스한 이불 속에 게으름을 피우다가
어쩌면 남한산에도 노루귀가 몰래 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세수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마천에서 오르는데 아직도 골짜기는 얼음이 언 채이고, 그냥 겨울 풍경 그대로이다.
꽃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아무래도 무리인 듯
그나마 털깃털이끼의 푸른 색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혹시나 싶어 노루귀가 보이던 산언덕을 부지런히 살펴보았지만
낙엽만 가득할 뿐 꽃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노루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노루(고라닌가...), 그리고 토끼의 흔적만 남았다.
고사리 푸른 잎을 만난 것도 고맙고...
꼬리고사리
관중
딱총나무로 보이는 녀석이 푸른 싹을 내밀고 있지 않느냐. 새해 들어 처음 만나는 푸른 싹...
그리고 또 보이는 토끼똥(?)
세잎양지꽃 푸른 새잎도 예쁘다
가파른 언덕을 헉헉대며 올라와 드디어 산성길. 볕바른 산성길엔 새싹들이 내밀고 어쩌면 복수초 노란 꽃이 피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꽃들의 천국이었던 산성길도 생명의 그림자는 없다. 응달은 아직도 꽁꽁 얼어 붙은 모습이다.
성벽 따라 서문에서 남문을 지나 거의 한 바퀴 돌아도 꽃은커녕 생명의 푸른빛조차 구경하기 어렵다. 산국만 푸른잎을 조금 내놓았을 뿐...
바짝 말라붙은 실새삼 열매
복수초, 노루귀는 만나지 못했지만, 내려오는 길 봄빛 풍성하게 핀 버들개지꽃을 만난다.
어와, 너로구나, 네가 봄을 알리는구나!
버들개지
(유리)산누에나방 고치
그러나, 약사사 골짜기도 얼음은 꽝꽝
뒷길로 약사사를 지나서 내려온다.
석상 동자승의 얼굴엔 봄빛처럼 따스한 불심이 어렸는데...
산성공원 입구, 목탁을 울리는 듯 나무를 쪼는 딱다구리(?) 소리가 겨울인 듯 적막하다.
봄은 왔건만 아직 봄은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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